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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기사입력 2020.12.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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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책으로 세상읽기 ①

     

    글쓴이 : 강범수(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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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동아시아출판사)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란 부제목을 보지 못했더라면 나는 어쩌면 제목만 보고 달달하지만 씁쓸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아픔’이라는 명사와 ‘길’이란 명사를 이어보면 그것은 왠지 논리적 모순 혹은 ‘길’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기 위한 역설적 표현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양자를 결합하여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관점에 대하여 반문하며 ‘길’을 찾아보자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책에서 보여주는 ‘아픔’은 과거를 지나 현재라는 시간에 걸쳐 다양한 사회문제 속에 담겨있었다. 우리가 어디선가 들었을 혹은 한 번쯤 뉴스를 통해 보았을 사회적 이슈들이었다. 지금까지는 그 이슈들을 머나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차별경험으로 인한 상처, 국가의 역할에 대하여 묻는 재난불평등문제, 평등하지 않는 낙태금지법, 그리고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추적하는 사회역학에서는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병리적인 변화는 항상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함께 상호작용하며 나타나고 진행된다고 했다. 따라서 공동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기에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이라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사회에는 다양한 약자들이 있다. 골리앗과 같은 거대 기업과 맞서야만 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서부터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노동자들,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 노력하지만 정작 본인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소방공무원, 비과학적 근거로 혐오의 대상이 된 성소수자들 그리고 미혼모 등이 바로 강자의 그늘일 수밖에 없는 약자들이다.

    그들은 아프다. 어쩌면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그들의 상처와 고통을 외면하며 고립시키는 것은 아닐까? 우리와 함께 공동체라는 사회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 기록은 무겁고 중요한 일이었습니다’로 시작한 세월호에 대한 아픔의 역사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과 같은 여러 참사들이 있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그것들에 대한 기록이라 할 만한 게 없고 또한 대책도 없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가 지나간 사건으로 치부되지 않고 이러한 참담한 연쇄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반드시 기록되어야 하고 역사 속에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온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공동체였던 로세토 마을과 인근지역의 심장병 사망률을 비교하는 연구에선 공동체의 사회심리적 요인이 심장병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오늘날에는 공동체 문화가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와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중요한지 질문을 던진다.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특별할 것 없었던 단순한 일상들이 무너지고 엉키면서 감염에 대한 공포가 혐오와 차별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만들고 있다. 중국인을 비롯하여 아시아인들 모두를 혐오의 대상으로 차별의 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커서 그 피해는 경제적 약자인 저소득층에게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 책에서 보여준 각각의 사회 문제에 대한 연구, 통계 혹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모두는 사회적 관계망 속에 놓여 있고, 그 속에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공동체의 힘이 필요한 시기이다. 혐오와 배제가 아닌, 공동체 연대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라는 말처럼 우리는 ‘아픔’을 잊지 말고 기억하며 그로 인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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