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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쓸모에 대한 성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기사입력 2020.12.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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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책으로 세상읽기

     

     

    글쓴이 : 강범수(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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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변신』, 글쓴이 : 프란츠 카프카, 펴낸곳: 문학동네)

     

     ‘꿈일까?’ 나도 모르게 주인공과 같은 마음으로 ‘이것은 분명 꿈일 거야’ 라고 생각하며 읽었던 책이다.

     

     시작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침대 속에서 무엇인가, 거미인지 바퀴벌레인지 모를 흉측한 것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부터였다. 왜 하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는 다리가 많고 털이 많은 벌레라는 설정이었을까? 에 대해 계속 궁금해 하며 제발 꿈에서 깨어 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에서도 출근 시간에 늦었다는 사실에 놀라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뚱어리를 움직여 침대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을 친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그레고르에게 직장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의 직업은 고된 여행을 해야 하는 외판원이었다.

    그에게 직장은 가족의 경제적 부양을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곳일 뿐이었다.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그저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일 뿐.

     

    자신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출근하지 않는 그레고르를 보러 온 가족들과 직장의 지배인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지만 그들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 그레고르에게 이전에는 쉽게 열리던 문도 곤충이 되어버린 지금은 더 이상 문이 아니다. 그저 거대한 벽일 뿐이다. 온 힘을 다해 문을 열고, 자신을 내보이지만 가족들도 지배인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달아나기 바쁘다.

     

    시간이 지나도 꿈은 깨지 않는다. 이젠 꿈이 아닌 현실이다. 그레고르는 벌레의 모습으로 방 안에 갇혀 지내게 된다. 더 이상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그레고르는 그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내는 것이 전부다. 얼마 동안은 성실히 장남의 역할을 다한 그레고르가 안쓰러워 동정하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에게 그레고르는 불편한 존재가 된다. 그 누구도 성실하고 책임감 강했던 그레고르가 어떻게 벌레가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지에 관심이 없다.

     

    『변신』 은 프란츠 카프카의 1916년 작품이다. 체코에서 태어난 프란츠 카프카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작가의 불행했던 삶이 작품 속에서 녹아 있는 듯하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의 이야기인데도 낯설지 않다. 왜 하필 그레고르 잠자는 다른 것도 아닌 사람들이 혐오 하는 벌레로 변했을까? 결국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는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활동도 할 수 없게 되었으며 타인에게 철저히 소외당한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기 전 성실한 삶은 아무 의미가 없는 듯, 현실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급식을 먹는 아이들을 의미하는 '급식충' 이라던가 틀니를 하는 노인들을 '틀딱충', 한국 남자들을 '한남충', 그리고 엄마들을 의미하는 '맘충' 등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들을 벌레에 비유해서 인격 자체를 깎아내리는 단어들을 어린 학생들까지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 혐오가 공기처럼 떠돌고 있는 느낌이다.

     

    그레고르는 우리 현재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 시대 특별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는데 벌레로 변해버린 이후 소통조차 불가능한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간이 어떻게 관계에서 소외되는지’, ‘상황이 변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변신』 을 읽고 조금은 알게 되어 씁쓸하다. 그에 덧붙여 ‘인간의 쓸모는 무엇인가’를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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