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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모모'가 되어주는 세상을 꿈꾸며

기사입력 2021.02.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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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 책으로 세상읽기

     

    글쓴이 : 강범수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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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비룡소/ 원제 : Momo (1973년)

     

    '어느 커다란 도시와 작은 소녀'로 시작되는 이 책은 판타지라고 할 수도 있고,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빠져 들어갈수록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들 삶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누군가는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생각하며 조바심을 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며 게을러지기도 한다.

    시간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잠을 잘 때조차도. 그렇게 시간은 우리 삶 속에 이미 있었다. 하루가 지나면 다시 채워지는 시간들이 나에겐 무한하게 제공되는 공기와 같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나에겐 그저 시간의 흐름일 뿐이었다.

     

    모모라는 까만 눈동자를 가진 어린 소녀를 만났다. 모모를 만나고 나는 방향도 없이 무작정 걷고 있었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을 쉬어보았다. 가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제자리걸음인 줄도 모르고 있었던 나였다. 혹시 그동안 나 역시 시간을 훔치는 도둑에게 이미 내 마음을 빼앗긴 것은 아니었는지 덜컥 겁이 났다.

     

    어느 도시, 어디서 왔는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는지 모를 소녀. 이름은 모모이고 나이는 백두 살이라고 한다. 어린 소녀였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상대방은 자신을 돌아보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스스로 찾았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경청이 특별한 무엇인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모모와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이 있다. 그들은 늘 회색 양복을 입고 있었고, 회색 중절모에 회색 서류 가방, 회색 담배를 피우며 사람들을 유혹했다. 사람들은 회색 신사가 알려준 대로 그들의 시간들을 저축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시간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병든 어머니를 간호하는 시간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꽃을 들고 찾아가는 시간도, 고객들과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도 아꼈다. 이전에는 그들에게 평범하고 소중했던 시간들을 회색 신사라는 시간 도둑을 위해 ‘미래’라는 이름으로 저축하기 시작했다.

    사소했지만 여유로웠던 일상들은 그들에게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평범했던 도시는 어느새 타인에 대한 관심도 소통도 없는 회색빛으로 가득한 우울한 세상이 되어갔다.

     

    <모모>는 시간을 훔치는 회색 신사들과 사람들이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모모는 나에게 내가 지나온 과거라는 시간과 현재의 시간 그리고 앞으로 채워가야 할 미래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

    나만의 목표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부모님이나 동생, 친구들에게 따뜻한 눈길,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시간을 재기 위해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까.”


    2019년 겨울부터 시작된 코로나 19로 요즘은 오프라인의 만남들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평범했던 일상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람들은 움츠려들고 절망하기도 한다.

    나와 우리 모두에게 모모가 필요한 요즘이다. 자신의 소리를 멈추고 누군가의 소리에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주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힘든 시간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모>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모모가 되어주는 세상’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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