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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잠수......왜 어떤 사람은 살고 싶지 않을까?

기사입력 2021.05.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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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숙의 책으로 말해요.

     

    사라 스트리츠베리 글, 사라 룬드베리 그림, 이유진 옮김 『여름의 잠수』 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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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이는 어제와 다른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누군가가 세상에서 아빠를 오려낸 것처럼 늘 함께했던 아침 식탁, 아빠 자리에 구멍이 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우리 아빠였던 사람이 사라졌다."


    이제는 사진첩 속에서만 아빠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속에서 아빠는 테니스를 치고, 파티를 열어 사람들과 즐기고, 어린 소이를 안아주며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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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이 지나서야 엄마와 함께 아빠가 계시는 곳에 갑니다.
    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커다란 건물, 벽은 하늘을 올려다 볼 정도로 높고, 많은 창들과 문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아빠는 많이 슬픕니다. 더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만큼.
    슬픔이 얼마나 많아야 마음에 병이 생기는 걸까요?
    아빠는 아빠만의 깊고 깊은 비밀 구멍 속으로 들어가 소이도 엄마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왜 어떤 사람은 살고 싶지 않을까?
    개가 있고 나비가 있고 하늘이 있는데.

    어떻게 아빠는 살고 싶은 마음이 안들까? 내가 세상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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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의 슬픔은
    날개가 없어 더이상 날 수 없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어린 소이에게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나 소이는 아빠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빠를 볼 수 없음에도
    혼자서 그곳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어쩌면 아빠처럼 아플지도 모르는 사비나를 만납니다.
    그녀는 소이와 함께 아빠를 기다려 주기도 하고
    바다를 꿈꾸며 빨간 수영복을 입고
    풀밭에서 수영 연습을 하기도하고
    가끔은 사비나가 그리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며 소이와 사비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빠를 기다렸던 그 긴 여름,
    어쩌면 기다림에 지쳐 소이마저도 슬픔에 빠질 수 있었던 여름은,
    사비나와 함께 그들만의 세상 속으로 잠수하며
    아빠의 슬픔을 다 이해할 순 없으나
    조금은 이해해보려 노력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소이는 덤덤하게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어떻게 하더라도 그 사람들은 슬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힘든 일입니다. 슬픔을 견딜 수 없어 더 이상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아빠를 바라보는 어린 소이에게는 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어떻게 아빠가 살고 싶은 마음이 안 들까? 내가 세상에 있는데” 아빠 곁에 내가 있음에도 아빠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어린 소이, 소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른 세상에 있는 아빠를 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 여름, 멈춰버린 아빠의 시간을 사비나를 만나 함께 기다리며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더없이 소중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비나에게도 어린 소이는 그랬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태평양을 헤엄쳐 건널 거라는 사비나는 지금쯤 바다를 건너고 있을까요?
     

    『여름의 잠수』 는 스웨덴 작가 사라 스트리츠베리 자전적 작품입니다. 작가는 유년시절 정신병원에 친척을 면회하러 갔던 기억을 바탕으로 『베콤베리아-가족에게 띄우는 노래』 라는 소설을 썼고, 『여름의 잠수』 라는 그림책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이 그림책으로 스웨덴 대표 문학상인 아우구스트상 최종심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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